[맞짱토론] 근로시간 단축 서둘러야 하나

입력 2017-09-22 18:19  

[ 서정환 기자 ]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뜨겁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근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시행 시기와 휴일근로 가산수당 산정 등에서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 연평균 노동시간이 2069시간으로, OECD 국가 연평균 노동시간 1763시간보다 306시간 길다. 1년에 한국 근로자들은 약 1.8개월 일을 더 하고 있다. 여야는 우리나라 장시간 근로의 심각성에 의견을 같이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는 근로시간 단축 적용 대상 기업 규모를 3단계로 나눠 차등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에 잠정 합의했다. 상시 근로자 수에 따라 5~49명, 50~299명, 300인 이상 기업 등 3단계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시행할지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 요구를 적극 수용한 더불어민주당은 2019년 300인 이상 기업부터 시작해 2020년, 2021년으로 1년씩 차이를 두고 시행하자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기업 요구를 반영한 자유한국당은 2019년, 2021년, 2023년부터 시행하는 안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놓고서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100% 가산수당 지급을 추진하는 반면 한국당은 8시간 이내 근무는 50%, 8시간 초과분에 대해서는 100%를 지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에는 노사가 결단을 내려 신속한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는 측과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해 시행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을 각각 들어봤다.

찬성
연장근로 최소화 사회적 공감대 형성…연내 法개정 통해 단축 확정해야
장시간 근로가 필요할 땐 탄력근로시간제 활용

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산업화 시대 산물로 관행화된 연장근로, 휴일근로, 근로시간 특례업종, 포괄임금제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산업화 유물을 없애는 숙제를 뒤늦게 하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피로 누적에 따른 업무 집중도 저하와 시간 관리의 느슨함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 다음으로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요인이 된다. 셋째, 비교적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 생산직, 공공 부문 직원 등의 연장근로가 관행화되면서 대기업과 공공 부문 고용이 최소화되고 일자리도 창출되지 않고 있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베이비붐 세대 대거 퇴장과 젊은 세대 등장, 맞벌이 보편화로 노동시간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연장근로를 최소화해 주 40시간만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은 노사, 여야 간 의견 대립으로 시간만 끌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장시간 노동업종에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회사들에 대한 근로감독을 하면서부터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3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원회에서 휴일근로시간의 연장근로시간 제외를 합리화한 정부 행정해석의 문제점과 주 52시간 상한제로의 단축을 논의했으나 경제계 반대로 무산됐다. 2015년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혁특위에서도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지만 정부의 일방적 법안 제출과 2대 지침 강행으로 중단됐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휴일근로시간의 연장근로시간 포함과 근로시간 상한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든지, 대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판결을 내리도록 촉구하거나 혹은 정부가 잘못된 행정해석을 폐기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행정해석에서 허용된 주 68시간을 일단 허용하고 주 52시간까지 7년이나 그 이상에 걸쳐 점진적으로 하고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인정하자는 주장은 사실상 주당 노동시간을 현재 52시간에서 주 60시간으로 후퇴시키자는 말밖에 안 된다. 연내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기업 규모별로 2~3단계에 걸쳐 4~5년 내에 주 52시간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별연장근로는 허용돼서는 안 된다. 다만 한시적으로 주 52시간을 위반하는 것을 처벌하거나 민사소송 대상이 되는 것에서 면제시켜주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만약 정부가 기존 행정해석을 폐기하거나 혹은 대법원이 계류 중인 사건에서 휴일근로시간이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판결할 경우 기업이 받을 부담과 충격은 작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노동시간 단축을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과 충격을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 지원 대책, 교대제 개편 지원, 단계적 적용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하면서 행정해석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또한 납기를 맞추거나 계절적 수요에 따라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의 필요성은 탄력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해결 가능한 길이 있다. 3개월 단위로 평균해 주 52시간을 지킬 수 있다. 가령 어떤 때는 주 60시간 혹은 64시간, 다른 때는 주 44시간, 40시간 근무할 수 있다. 또한 우리의 노동시간 단축 경험(주 48시간에서 주 44시간으로, 다시 주 40시간으로)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경영계 우려와 달리 큰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반대
中企, 근로시간 늘려 낮은 생산성 보완…영세기업엔 충분한 준비기간 줘야
휴일근로 가산수당도 현행대로 50% 유지해야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첫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다. 국민들은 그간 대립과 갈등의 모습만 보여 온 국회가 묵은 민생법안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구체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회에 거는 기대는 크지만, 얼마 전 사상 최대폭으로 오른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근로시간 단축이 논란이 되는 것을 보면서 착잡한 심경이다.

한국의 장시간 근로는 낮은 노동생산성, 경직된 인력 운용과 기업 문화, 초과근로에 대한 금전 보상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관행으로 정착돼 왔다. 특히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구직자들에게 외면당해온 중소기업은 장시간 근로를 통해 부족한 인력과 낮은 임금, 생산성을 보완해왔다. 영세기업 비중이 높고 기업 간 격차가 극심한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장시간 근로 문화를 개선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한 번에 큰 부담을 안겨 수용을 포기하게 만드는 입법을 추진하기보다는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과거 주 40시간제를 도입할 때는 4시간의 근로 시간 단축을 위해 기업 규모별로 총 6단계로 나누어 7년의 시간을 주었다. 한시적으로 첫 초과근로 4시간에 대한 할증률을 절반으로 낮추고 3년간 연장근로 시간을 추가로 허용하는 등 완충장치를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국회에서는 종업원 300인, 50인을 기준으로 3단계로 나누어 총 16시간을 완충장치 없이 단축하자는 안이 논의 중이다. 그런데 근로시간 법제가 적용되는 사업장 중 93%가 종업원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과거 입법례와 같이 단계를 좀 더 세분화해 여건이 되는 기업은 바로 시행하더라도, 2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대해서는 단축 후 적용 실태와 경제 상황을 보고 시행 시기를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도 100%로 늘리면 연간 중소기업 추가 부담이 1조2000억원에 달하고, 불필요한 추가 근로도 늘어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50%로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제노동기구(ILO) 권장 기준인 25%로 낮춰야 한다.

근로시간을 단축한 기업에 대한 단기 지원책도 필요하다. 공장자동화와 설비투자 자금 지원,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신규 채용 인원에 대한 인건비 보조, 교대제 개편 컨설팅, 정책자금 저리 활용 등 다양한 직접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 취업 기피 현상이 심각한 영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급격한 생산차질 방지를 위해 일정 기간 외국인 근로자 고용 한도를 확대하고 산업기능요원 공급, 대학생 취업 연계 장학금 확대 등 인력 공급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

지금 우리는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학자들은 네트워크 연결망 확대, 인구구조 변화, 풀타임 정규직 중심의 표준적 근로관계 변화 등으로 인해 노동법제도 근간부터 대변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노동 문제에 대한 우리 논의는 과거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고용 보장, 임금 안정화, 정규직 채용만이 정답이라는 식의 접근은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 근로시간 문제도 장기적으로는 획일적 규제가 아니라 유연한 근무방식을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사회적 타협을 통해 이끌어내야 한다. 초과근무를 통해 임금 수준을 확보해오던 노동계 관행도 바뀌어야 하고 재량근로시간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제도 유연화에 대한 적극적 논의도 필요하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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